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며느리와 시어머니

by 용 담 2016. 2. 9.

      며느리와 시어머니

              내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.

          내 아래론 여동생이 하나 있다.

     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

      그때부터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다.

      못 먹고, 못 입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유롭진 않았다.

       

      대학졸업 후,

      입사 2년만에 결혼을 하였다.

     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좋았다.

      시어머님도 처음부터 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다.

       10년 전,

      결혼 만 1년 만에 친정엄마가 암선고를 받으셨다.

       

      난 엄마 건강도 걱정이었지만,

     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해야 했다.

      남편에게 얘기했다.

      남편은 걱정말라고 내일 돈을 융통해 볼 터이니

      오늘은 푹 자라고 얘기해 주었다.

      다음 날,

      친정엄마 입원을 시키려 친정에 갔지만,

      엄마도 선뜻 나서질 못하셨다.

     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몇 개 있으니

      4일 후에 입원하자 하셨다.

     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.

       그 때,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왔다.

      "지은아. 너 울어?

      울지말고 ..... 내일 3시간만 시간 내 다오"

       

      다음 날 시어머님과의 약속장소에 나갔다.

      시어머님이 무작정 한의원으로 날 데려가셨다.

      미리 전화예약 하셨는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.

      "간병하셔야 한다고요?"

      맥 짚어보시고 몸에 좋은 약을 한 재 지어주셨다.

       

      그리고 백화점에 데려가셨다.

      솔직히 속으론 좀 답답했다.

      죄송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.

      트레이닝복과 간편복 4벌을 사주셨다.

      선식도 사주셨다.

      함께 집으로 왔다.

       

      어머니께서 그제서야 말씀하시기 시작했다.

       

      "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.

     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,

     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말고.."

      말씀하시며 봉투를 내미셨다.  

       

      "엄마 병원비 보태써라~.

      네가 시집온 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있겠어...

      그리고 이건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 비밀로 하자.

      네 남편이 병원비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써...

      내 아들이지만,

      남자들 유치하고 애같은 구석이 있어서

      부부싸움 할 때 꼭 친정으로 돈 들어간 거

      한 번씩은 얘기하게 되있어.

      그니까 우리 둘만 알자."

       

      마다했지만 끝끝내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.

     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시어머님께 기대어

      엉엉 울고 있었다.

      2천만원이였다...

       

      친정엄마는 그 도움으로 수술하시고 치료받으셨지만,

      이듬 해 봄...

      엄마는 돌아가셨다.

       

     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고 하였다.

      눈물이 났다.

      남편에게 전화했고,

      갑자기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.

      나도 모르게 울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.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은 한 걸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

      남편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하셨다.

       

      엄마는 의식이 없으셨다.

      엄마 귀에 대고 말씀드렸다.

       

      "엄마... 우리 어머니 오셨어요...

      엄마......

      작년에 엄마 수술비 어머님이 해주셨어.

      엄마 얼굴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으라고..."

       

      엄마는 미동도 없으셨다.

      당연한 결과였다. 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께서 지갑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서

      엄마 손에 쥐어주셨다.

      우리의 결혼사진이었다.

       

      "사부인... 저예요.. 지은이 걱정말고.

      사돈처녀 정은이도 걱정말아요.

      지은이는 이미 제 딸이고요....

      사돈처녀도 내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내줄께요..

     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..."

       

      그때 거짓말처럼

      친정엄마가 의식 없는 채로 눈물을 흘리셨다.

      엄마는 듣고 계신 거였다.

       

      가족들이 다 왔고

      엄마는 2시간을 넘기지 못하신 채 그대로 눈을 감으셨다.

     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날 붙잡고

      시어머니께서 함께 울어주셨다.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은 가시라는 데도 3일 내내

      빈소를 함께 지켜주셨다.

      우린 친척도 없다.

      사는 게 벅차서 엄마도 따로 연락 주고받는

      친구도 없었다.

       

      하지만 엄마의 빈소는 시어머님 덕분에

      3일 내내 시끄러웠다.

      "빈소가 썰렁하면 가시는 길이 외로워..........."

       

     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

      시어머님는 내 동생까지 잘 챙겨주셨다.

      가족끼리 외식하거나,

      여행 갈 땐 꼭~ 내 동생을 챙겨주셨다.

       

      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.

      동생과 시어머님은 고맙게도 정말 나 이상으로

      잘 지내주었다.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이 또 다시 나에게 봉투를 내미신다.

      "어머님. 남편이랑 따로 정은이 결혼 자금 마련해놨어요.

      마음만 감사히 받을께요"

       

      도망치듯 돈을 받지 않고 나왔다.

      버스정류장에 다달았을 때 문자가 왔다.

      내 통장으로 3천만원이 입금되었다.

      그 길로 다시 시어머님께 달려갔다.

      어머니께 너무 죄송해서 울면서 짜증도 부렸다.

      안받겠다고...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께서 함께 우시면서 말씀하셨다.

      "지은아...

      너 기억 안나?

      친정 엄마 돌아가실 때 내가 약속 드렸잖아.

      혼수해서 시집 잘 보내주겠다고...

      나 이거 안하면 나중에

      네 엄마를 무슨 낯으로 뵙겠어"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은 친정엄마에게 혼자 하신 약속을 지켜주셨다.

      난 그 날도 또 엉엉 울었다.

       

     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.

      "순둥이~ 착해 빠져가지고 어디에 쓸꼬....

      젤 불쌍한 사람이 도움을 주지도,

     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야...

     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

      울고 싶을 땐 목 놓아 울어버려"

       

      제부될 사람이

      우리 시어머님께 따로 인사드리고 싶다해서 자리를 마련했다.

      시부모님, 우리부부, 동생네.

      그 때 시어머님이 시아버님께 사인을 보내셨다.

       

      그 때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.

      "초면에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,

      사돈처녀 혼주자리에 우리가 앉았음 좋겠는데... "

       

      혼주자리엔 사실 우리 부부가 앉으려 했었다.

       

      "다 알고 결혼하는 것이지만,

      그 쪽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 친정 부모님 안 계시다고

      말씀 안드렸을 텐데...

     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...."

       

      그랬다.

      난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었다.

      내 동생네 부부는 너무도 감사하다며

      흔쾌히 받아들였다.

       

      그리고 내 동생은 우리 시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입장을 하였다.

       내 동생 부부는 우리 부부 이상으로 우리 시댁에 잘 해주었다.

      오늘은 우리 시어머님의 49제였다.

      가족들과 동생네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.

      오는 길에 동생도 나도 많이 울었다.

      오늘 10년 전 어머니와 했던 비밀 약속을 남편에게 털어 놓았다.

      그 때, 병원비 어머니께서 해주셨다고...

       

      남편과 난 부등켜안고

      시어머님 그리움에 엉엉 울어버렸다.....

       

      난 지금 아들이 둘이다.

      난 지금도 내 생활비를 쪼개서 따로 적금을 들고 있다.

      내 시어머님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,

      나도 나중에 내 며느리들에게 돌려주고 싶다.

       

      내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

      아직도 우리 시어머님이다.

      항상 나에게 한없는 사랑 베풀어주신

      우리 어머님이다.

       

      어머님....

      우리 어머님...

      너무 감사합니다.

      어머니 가르침 덕분에 제가 바로 설 수 있었어요.

      힘들 시간 잘 이겨낼 수 있었고요..

       

      어머님...

      넘 사랑합니다...

      그립습니다...

      제가 꼭 어머니께 받은 은혜,

     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

      사랑하고

      나누며 살겠습니다....

      너무 보고 싶어요...

       

      - 수기공모 大賞 글 -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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